아이가 갑자기 물을 많이 마시고 화장실을 자주 가거나 잘 먹는데도 체중이 빠지면 소아청소년기에 나타날 수 있는 1형 당뇨병의 대표적인 신호다. 형제나 자매가 이미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발병 위험은 크게 높아진다. 국내 대규모 연구에서 환자의 형제·자매가 1형 당뇨병에 걸린 비율은 일반 소아의 10배를 웃돌았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분당서울대병원 김재현 교수 연구팀이 국내 18개 대학병원에서 2010년부터 2024년까지 진단받은 18세 이하 1형 당뇨병 환자 936명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1형 당뇨병의 가족 내 발생 양상을 대규모로 분석한 첫 연구다.
1형 당뇨병은 면역체계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베타세포를 공격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비만이나 생활습관과 밀접한 2형 당뇨병과 발생 원리가 다르다.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떨어지면서 혈당이 높아지고, 진단 후에는 지속적인 인슐린 치료를 받는다.
전체 환자 936명 가운데 부모나 형제·자매 등 가족 중에도 1형 당뇨병 환자가 있는 경우는 32명(3.4%)이었다. 96.6%는 가족력이 없었다. 전체 환자에서 가족력이 차지하는 비중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가족 중 환자가 생긴 뒤 다른 자녀에게서 나타나는 발병률은 달랐다.
환자 605명의 형제·자매 779명을 조사한 결과 23명(3.0%)이 1형 당뇨병을 앓았다. 국내 일반 소아 인구의 발병률 0.26%와 비교하면 10배 이상이다. 쌍둥이는 7쌍 가운데 3쌍에서 두 명 모두 발병해 동반 발생률이 42.9%에 달했다. 1형 당뇨병 발병에 유전적 요인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국내 자료로 확인한 결과다.
가족 내 첫 환자의 진단 경험은 다음 환자의 발견 시점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족에서 두 번째로 진단된 아이는 첫 환자보다 진단 당시 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가 낮았다. 당뇨병케토산증 발생률도 유의하게 낮았다. 가족이 이미 질환의 증상과 경과를 경험하면서 다음 아이에게 나타난 변화를 일찍 알아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당뇨병케토산증은 인슐린이 크게 부족해 지방이 분해되고 케톤체가 과도하게 쌓이면서 혈액이 산성화되는 급성 합병증이다. 심한 탈수와 전해질 이상, 의식 저하를 일으키며 치료가 늦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1형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는 소아청소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형제·자매 중 1형 당뇨병 환자가 있다면 평소 증상을 알아두는 것이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 물을 부쩍 많이 마시는 다음(多飮), 소변량과 횟수가 늘어나는 다뇨, 특별한 이유 없이 빠지는 체중, 피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변화가 나타나면 혈당 검사를 통해 원인을 확인한다.
김재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내 소아청소년 1형 당뇨병 환자의 가족력에 따른 발생 실태와 형제·자매의 구체적인 발병 위험도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보건학적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앞으로 국가 차원의 소아청소년 당뇨병 레지스트리를 구축해 국내 실정에 맞는 조기 진단·관리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민영 기자, <형제·자매가 1형 당뇨병이면 발병 위험 10배…조기 발견이 중증 막는다>, 헬스중앙, 2026
[기사 원문] https://jhealthmedia.joins.com/news/articleView.html?idxno=33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