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고 상처가 나면 연고를 바르듯, 마음이 아플 때도 치료가 필요합니다. ‘마음리뷰’는 흔들리는 감정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마음의 주인으로 서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노인 우울증 예방을 위해서는 이해, 공감,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대화와 관심이 필요하다. [출처 Gettyimagesbank]](https://cdn.jhealthmedia.joins.com/news/photo/202601/31811_33582_2633.jpg)
노인 우울증 예방을 위해서는 이해, 공감,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대화와 관심이 필요하다. [출처 Gettyimagesbank]
부모님 건강을 걱정하며 잔소리를 늘어놓으면서도 “괜찮다”는 말에 자식들은 쉽게 안심해 버린다. 변화가 느껴져도 바쁘다는 이유로 지나치거나 ‘나이가 드셔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기도 한다. 그러나 표정과 행동, 말투에 나타나는 미묘한 신호를 놓치면 노인 우울증이 진행될 수 있다.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류진선 교수는 “노인 우울증을 방치할 경우 치매나 신체 증상 악화,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행동이나 기분의 변화를 세심하게 살피고 조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기억력 저하, 원인 모를 통증 있을 때 의심
노인 우울증은 고령화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다.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60세 이상 우울증 환자는 2020년 31만 5546명에서 2024년 34만 6385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자살로 생을 마감한 65세 이상 노인은 1만 8000명을 웃돈다. 노인 우울증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가족과 사회 전체가 함께 마주해야 할 현실이 됐다.
류진선 교수는 노인 우울증을 인구통계학적·사회적·생물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로 진단한다. 여러 연구에서 주요 우울장애와 연령 간의 연관성이 제시되고 있으며 만성질환이나 신체 기능 저하의 정도가 클수록 우울 증상도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은퇴 이후 역할 상실, 인간관계 단절, 사별로 인한 고립 역시 중요한 위험 요인이다. 뇌 구조의 변화나 고혈압·당뇨병 등으로 인한 미세 뇌혈관 손상 등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노인 우울증은 초기에 발견하기 쉽지 않다. 혼자 사는 경우에는 변화를 알아차릴 사람이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고 본인 역시 증상의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지 저하나 만성질환이 함께 나타나 우울 증상이 가려지기도 한다. 예컨대 깜빡하는 일이 잦아지면 치매를 먼저 의심하지만 노인 우울장애에서도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는 흔히 나타난다. 소화불량·복통·두통처럼 원인을 알기 어려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우울증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질환이 가장 좋아하는 말을 꼽자면 아마 “나이가 들면 원래 그래”일 것이다. 나이 탓으로 돌리며 방치하는 사이 질환은 조용히 세력을 넓히고, 몸과 마음을 망가뜨린다. 우울증도 그렇다. 삶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이 강화하고 자살 시도 같은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간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과 피로감이 악화·만성화된다.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각종 질환에도 취약해진다.
■주변 지지·치료 중요, 재발 방지에도 힘써야
우울증 앞에서는 나이 탓이나 의지 탓을 해서는 안 된다. 힘들 땐 치료가 기본이다. 다행히 노인 우울증은 치료 예후가 비교적 좋은 편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았을 때 70~90%에서 증상 호전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다만 재발 위험은 경계해야 한다. 류 교수는 “3~6년간 추적 관찰했을 때 30% 이상의 재발률이 보고되고 관리 여부에 따라 재발률이 50~60%까지 높아질 수 있다”며 “증상이 호전된 이후에도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유지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료 방법은 젊은 층의 우울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약물치료를 우선 시행하며 성인에게 사용되는 항우울제를 대부분 적용할 수 있다. 용량의 경우, 노인의 신체 특성을 고려해 저용량으로 시작한 뒤 서서히 늘리는 것이 보통이다. 경두개자기자극술(TMS)·경두개 직류 자극술(tDCS) 등 비약물적 기계치료 방법, 인지행동치료(CBT) 등도 활용할 수 있다.
예방의 핵심은 ‘연결’이다. 사회와의 연결, 가족과의 연결 모두 중요하다. 류 교수는 “노년기에는 상실과 고립을 경험할 수 있는 사건이 잦은 만큼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족과 주변인은 노인이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 마음에 공감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대화할 때 표정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행동이나 말투에 변화가 없는지 살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꾸준한 관심과 대화는 노인 우울증을 예방하고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회적 지지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관과 연계해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재택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에 더해 류 교수는 “신체적 질병과 기능 저하를 막기 위해 야외 활동을 포함한 규칙적인 신체 활동과 식사, 수면 관리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명지병원 류진선 교수의 조언

류진선 교수.
“어르신께서 느끼는 우울감이나 무기력은 그동안 일생을 열심히 살아오셨다는 흔적이자 잠시 멈춰 쉬고 스스로를 점검할 때가 왔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전문가의 점검·치료가 함께하면 현재 느끼는 우울감과 무기력감에서 벗어나 이전과 같은 활기를 찾을 수 있습니다. 혼자 견디려 하지 마시고 주변 사람이나 전문가에게 현재의 어려움을 꼭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김가영 기자, <"몸이 아픈 줄 알았는데 마음이었다" 노인 우울증, 주변 관심이 중요>, 헬스중앙, 2026
[기사 원문] https://jhealthmedia.joins.com/news/articleView.html?idxno=31811